(하나하키병에 대한 설정을 살짝 바꿨습니다. 캐릭터 해석과 캐입이 미숙합니다.)
삐비빅-삐비빅-
여느 때와 똑같은, 특별할 것 없는 아침.
평소와 같이, 그제도, 어제도 똑같은 시간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 눈을 뜬다.
깜빡... 깜빡... 졸린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뜨며 정신을 차린 후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벌써 6:30이다.
아, 맞다 학교 가야하는구나.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 후, 빠르게 머리를 말리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서 다시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어 미리 만들어놓은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왜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걸까
분명 평소와 같은 아침이고 시간도 아직 남은 데다 챙길 물건은 다 챙겼는데, 특별한 일정이 잡혀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뭔가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다 보니 집을 나설 시간이 되어 집을 나선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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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가 잘못됐다.
분명히. 분명히 뭔가가 잘못됐다.
수업시간엔 평소엔 아무 문제 없이 잘만 들었던 수업을 오늘은 집중도 안되고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도 놓치지를 않나, 잘못 먹은 음식도 없는데 속은 메스껍고 불편하질 않나.
모든 일이 다 꼬이고 잘못 돌아가고 있다.
뭐지? 뭐 때문이지? 불안해. 싫어. 토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머리를 매워갈 때쯤 날 급히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카논!! 괜찮아?!
아, 마오..? 응, 괜찮아~ 별일 없어, 왜?
괜찮은 거 맞아..? 너 지금 안색이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얼굴인데?
에이 괜찮대ㄷ, 읍.
'아, 토할뻔했다.'
급하게 마오에게 인사를 한 후 화잘실로 뛰어가 변기를 붙잡고 한참을 토해냈다.
눈물이 나오고 목이 매여 헛구역질에 기침이 나올 때까지 토해냈다.
'.. 뭔가가 다른데?'
보통 토를 하면 위액이 나와 입 안이 찝찝하고 목이 따가울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토를 했단 사실에 아직 기분이 찝찝할 뿐이지 위액이 넘어와 불쾌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실눈을 살짝 떠 확인을 해보고 순간 놀라 이미 앉아있었음에도 다리가 풀릴 뻔했다.
...? 꽃...?
변기 안과 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꽃이었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고 탐스럽게 피어있는 노란색 국화꽃.
사람이 꽃을 토할 수 있던가? 애초에 난 꽃을 먹은 적도 없고, 노란 국화꽃은 난생처음 보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때쯤 곧 수업이 사직한다는 사실이 생각나 급하게 꽃 한 송이를 주워 주머니 속에 넣고 나머지는 변기 물을 내려 처리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 이따가 진쌤한테 여쭤봐야지..
그래도 나머지 수업은 메스꺼움이 사라져 그나마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조금' 더이지만, 그래도 아침보단 나아진 상태에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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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후 집에 가기 전 보건실에 들려 진쌤께 꽃을 건네드리며 자리에 앉았다.
학생한테 이런 거 받으면 이상한 아저씨라고 오해받는다~
.. 아니요, 그런 거 절대 아니고 여쭤볼 게 있어서요~.. 그 꽃, 제가 오늘 토.. 해낸 꽃인데, 인간이 꽃을 토할 수 있었던가요...?
흠... 그러고 보니 오늘 꽃 토했다고 투덜댄 애가 하나 더 있긴 했는데, 뭐 전염병이라도 되나..?
아저씨는 이런 건 잘 몰라서 말이다~
그보다, 노란색 국화... '짝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뭐 그건 아무래도 관련 없으려나~
네? 짝사랑이요? 갑자기 무슨...
그건 나도 모르지~ 나도 사람이 꽃을 토해내는 건 의사 하면서 처음 보는 거라~
.. 네! 그래도 감사해요! 안녕히 계세요~
꽃을 다시 돌려받아 가방을 메고 학교 건물에서 나와보니 분수대에 앉아있는 세나가 보인다.
저녁노을에 더 빛나고 아름다워 보이는 은빛 머리칼, 마치 르네상스의 아름다운 미술작품을 연상시키는 인간치고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외모, 바다를 보는듯한 푸르고 깊은 눈동자. 아, 이쁘다. 정말로, 주위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주의를 집중시키게 만드는 외모이다.
으웁. 울렁거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또 아침과 같이 메스꺼움과 함께 토를 하고 싶은 느낌이 저 밑에서 올라오는 것 같아 급하게 자리를 떠 학교를 나와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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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이제는 조금 시든 국화꽃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왜 꽃을 토했지? 짝사랑? 무슨 의미지? 애초에 국화꽃이 나랑 무슨 관련이 있지..?
결국 또 인터넷에 검색을 한다
꽃을 토하는 병
꽃을 토했을 때
토했는데 꽃이 나옴
등등 여러 가지를 검색하다 내 눈에 띈 것이 있다.
하나하키 병.
짝사랑하는 상대가 생기면 꽃을 토하는 병. 짝사랑을 시작한다고 바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발현되면 짝사랑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꽃을 토하게 되는 병이다.
그리고 다른 치료법은...
.. 없다.
오직 짝사랑을 이루는 것 만이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다.
아. '짝사랑' 그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짝사랑... 그렇다, 내가 지금 지독하게 고통받고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이 병이 아니더라도 그전부터 날 거의 1년간 괴롭혀왔다.
그렇다고 해도..
왜? 난 분명 차였는데?
며칠 전, 세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전한 내 마음.
그를 좋아한다는, 남자로서 보고 있다는 내 진심을 솔직히 전했지만, 돌아는 대답은 분명한 거절이었다.
"허어, 나 엄~청 바쁜 사람이라고? 카논이랑 사귈 수 있을 리가 없잖아?"라니,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들으니 충격이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차인다라는 결말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만큼 나에 대해 선 자신 있었으니까.
건방지고 오만하게 내가 세나랑 사귀어준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미오리 카논'정도면 충분히 좋은 상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는 없는 법.
연애는 양측의 동의와 상황이 맞아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세나가 날 거절 한 이유가 '나' 때문이든, '상황' 때문이든 차였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하키병이 나에게 발현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루어지기는커녕, 거절당했는걸..?
아, 입으로 말해버리니 또 가슴이 미어지듯이 아파온다.
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데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차라리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사실은 그도 날 좋아하고 있다는 반전이 존재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세상일리가 없다.
그냥 내가 아직 미련이 남아서 그러는 것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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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이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패턴으로 학교에 가 수업을 듣고, 평범하게 수다도 떨었다.
단지 어제 울어서 머리가 조금 띵하다는 것 외에는 괜찮았다. 괜찮아야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진도 대신 자습을 하던 중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보건실에서 서류를 받아와야 해서 보건실 문을 살살 두드렸다.
.. 선생님..?
답이 없으시네~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기라도 할까~
답이 없다고 돌아가는 건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복도에 계속 서있는 것도 어색하니 안에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안에 들어가 보건실 창문을 내다보니 운동장에 3학년 선배들이 보였다.
아, 3학년은 지금 체육이던가?
선배들도 고생하시네~ 오늘 날씨 정말 덥던데..~
그러고 보니 세나가 안 보인다. 더운 날씨를 싫어하긴 하더라도 수업 참여는 꼭 할 텐데..?
..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그렇게 애써 신경을 끄고 멍을 때리던 중 노크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누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혹시 반창고 있나요?
아, 이 목소리.
세나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돌아보고 싶지 않았고 돌아보면 그 이후의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못 들은 체하고 손장난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카논? 뭐야, 넌 왜 여기에 혼자 앉아있는 거-? 꾀병이라도 부리는 거야?
읏, 아니거든..! 심부름으로 받아야 할 서류가 있어서 선생님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ㅇ..
..? 세나 다쳤어?
돌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에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다리가 까졌는지 상처가 난 채로 바지를 말아 올린 그가 보였다. 넘어진 걸까. 상당히 아파 보이는 상처인데.
어쩌다 다쳤어? 넘어졌어? 많이 아파? 다른 데는 다친 곳 없고?
카이를 돌보던 습관과 그에 대한 관심이 섞여 나도 모르게 우다다 튀어나온 걱정의 질문들. 막고 싶었지만 내 이성보단 입이 더 빨랐다.
이런 거 정말 싫은데.
별로. 뛰다가 스텝이 꼬여서 넘어진 것뿐이야-. 내가 누구처럼 여기저기 다쳐오는 바보로 보이는 거? 정말 건방져.
말도 참 이쁘게 한다. 앉아봐, 내가 치료해 줄게~
아, 이놈의 입을 정말. 또 본심이 먼저 튀어나왔다. 어떻게 말조차 참지 못하는 거지?
그나마 다행인 걸까. 어려서부터 감정을 숨기는 것과 표정관리는 능숙하게 해내었기에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헤에~ 믿어도 돼? 돌팔이 의사 짓 하는 거 아니지? 아프게 하면 가만 안 둘 거니ㄲ
이래 봬도 밑으로 남동생이 있는 누나야. 상처치료정도는 눈 감고도 할 줄 알아-
말을 끊고 세나를 침대에 앉힌 뒤 의자를 끌고 와 앉아 치료하기 쉽게 세나의 다리를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솜에 소독약을 묻힌 뒤, 핀셋으로 살살 상처를 닦아내니 쓰라린지 세나의 옅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읏-.
이거 가지고 아파하면 안 되지~
하아? 아파한 적 없거든? 오빠한테 대들기도 하고, 많이 컸네~
아파팟!! 너 일부러 그랬지?!
괘씸해서 소독하던 솜을 상처부위에 꾹-누르니 꽤나 많이 쓰라렸는지 크게 움찔하며 버럭 화를 냈다.
그러게 왜 치료받는데 말을 함부로 해~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오산이다.
울렁거리고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은걸 참고 있을 뿐, 절대 즐겁지 않다.
.. 후우-
소독을 끝내고 연고를 바르기 전 알코올을 말리려고 바람을 불며 손으로 부채질을 살짝 해주곤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다리도 참 뽀얗고 곧다.
하긴, 그렇게 관리하는데 이쁘지 않을 수가 있나.
치료를 끝내고 다리를 내려놓고 고개를 드니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 세나를 발견했다.
..? 세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아, 나 이만 가볼게. 수업마저 하러 가야 해서-
세나 잠시만, 괜찮은 거 맞아
우욱..! 웨엑-!!
읏-..!
떠나려는 세나의 몸을 돌려 말을 걸려 했지만 세나는 이내 참지 못하고 내쪽으로 무언가를 토해냈다.
.. 꽃..?
으읏..! 너 미쳤어? 내가 괜찮다고 말했잖아, 왜 붙잡아선...!
아니, 이게 내 잘못이던가, 아파 보이는 사람이 걱정돼서 불러 세운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던가..?
세나는 그렇게 많이 화나보이는 얼굴로 보건실을 나섰다.
.. 그러고 보니 이 꽃... 팬지꽃이다.
그중에서도 갈색빛이 도는 팬지꽃.. 이름이.....에인절...엠버 뭐였는데...?
아, 기억났나 엔젤 엠버 키스 팬지다. 갈색과 금빛이 도는 팬지꽃.
최근에 촬영할 때 내가 맡았던 여주 배역의 탄생화가 저 꽃이었어서 기억한다. 꽃말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 였던가 했을 것이다.
.. 그러고 보니, 저번에 세나랑 같이 잡지 촬영했던 모델, 5월 25일생이었지?
...... 머리색도 갈색이었고.
.. 뻔하네.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짝사랑하는 이가 당신의 앞에서 꽃을 토해냈는데 그 꽃이 다른 여자의 탄생화였을 때의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설명하기도 싫다. 구역질이 나온다.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거려 참을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진쌤이 들어오셨다.
급하게 심부름을 마친 후 다시 반으로 돌아갔다.
물론 곧 있으면 쉬는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그 꽃이 있는 공간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에, 최대한 빨리 보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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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부활동을 위해 부실로 갔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걸 보고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 내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에 그랬다. 표정관리? 머리가 복잡해 그런 건 진작에 까먹었을지도 모른다.
펑-!
큰 소리와 함께 와타루 선배가 눈앞에 나타났다.
언제나 놀랍고 기습공격 같은(?) 등장을 하는 선배였기에 조금은 놀랐지만 워낙 머리가 복잡했던 탓에 아, 오셨네요~라고 반응했을 뿐 큰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우후후. 안녕하십니까~!! 카논양은 오늘도 역시 빨리 오셨군요☆
아아, 네~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오고 싶어서 더 일찍 왔을 수도 있겠네요~
후후, 바람직한 자세네요- 보기 좋습니다~!
보기 좋다는 칭찬과 함께 폭죽이 터지며 형형색색의 색종이 조각(?) 들이 터져 나왔다.
아하하, 감사해요~ 그보다, 홋쨩이랑 토모야쨩은 아직이려나요?
흐음.. 그러고 보니 오늘 호쿠토 군과 토모야 군을 본 기억이 없군요! 각자 스케줄이 바쁜 걸까요..~
알 수 없는 사실도 가끔은 그대로 놔두는 편이 더 아름다운 법이지요☆
에..? 그건 무슨 뜻인지..?
자아자아~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제게 털어놔 보세요, 같이 열어보는 겁니다! 카논양의 마음속에 굳게 닫혀있는 고민과 걱정의 상자를~!♪
하하.. 역시 선배네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선배는 항상 제 변화를 눈치채시니까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카논양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미로를 만들어놓은 것일까요?☆
에... 그게 말이죠..
선배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 오늘 보건실에서 있었던 일, 내 속마음까지 모두 다 털어놨다.
어차피 와타루 선배한테는 숨길수도 없고, 의미도 없으니 말이다.
호오, 그런 일이! 아아, 아름답습니다! Amazing~!!
사랑은 역시 언제나 아름답군요, 그 이야기가 암울할지라도, 행복할지라도~!☆
하하... 아름다운 게... 맞는 걸까요......
카논양.
네?
전 세계에서는 1초에 3명씩, 그러니까 하루에 약 25만 9200여 명 이 새 생명을 가지고 이 세상 밖으로 나온답니다.
네...? 그게 무슨...
하루에 약 25만 9200여 명이 태어난다는 말은 즉, 25만 9200여명이 같은 나이, 같은 생일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뜻이죠☆
그.. 쵸...?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기사 씨와 같이 일은 한 그 여성분의 탄생화가 그 꽃과 겹친다고 해서, 기사 씨의 짝사랑 상대라고 확신하실 수 있으신 건가요?
...?
물론,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카논양이 그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일거란 기대를 실어봐도 좋지 않을까요?☆♪
ㅎ, 하지만... 머리 색도, 생일도 겹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는 편이...
아니죠~!! 카논양, 거울을 보세요. 카논양도 그 꽃과 같은 선명하고 빛나는 갈색빛을 띠고 있는 머리칼을 가지고 계시답니다♪
그리고 꽃말이 '나를 생각해 주세요' 였다면, 최근 같이 일을 했다는 접점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없는 그 여성분보다, 며칠 전 그런 일이 있었던 카논양을 뜻하는 게 훨씬 그럴듯해 보이지 않나요~?
...
... 확실히 선배 말을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거절을 당했다는 건, 세나는 제게 마음이 없단 뜻인걸요?
후후후♪기사 씨는 확실히 짓궂은 면도 있긴 하죠.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시간과 일이 방해를 할지라도, 오히려 그것이 더욱 감정을 크게 부풀려주게 하는 것이 바르 '사랑'의 마법이랍니다!!☆
그리고, 만약 교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면, 그때 그렇게 카논양과 단 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 같지 않나요~?
...! 확실히...
... 감사해요 선배,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후후, 별말씀을요☆ 옷토, 벌써 시간이 늦었군요! 그럼 전 이만☆
인사와 함께 또 펑- 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선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선배는 정말 마법사 같단 말이지..
뭐, 어찌 됐든 도움이 되었으니 나도 이제 집에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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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틀 전보다 확실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 물론 집중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부정적이고 울렁거려서 집중이 안 되는게 아니고 기대감과 행복감때문에 집중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 평범했을지도 모르는 하루를 보내고 당번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고 가방을 챙기던 와중, 노크 소리가 들려 뒷문 쪽을 쳐다봤다.
.. 세나였다. 또 저녁노을에 비쳐 미치도록 아름다워 보이는.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게 만드는 외모의 세나였다.
카논. 오늘 집에 혼자 가는 거?
그렇지~ 카이는 진작에 집에 갔으니까~
흐응~ 그럼 오늘은 특별히 오빠가 데려다줄게♪ 마침 나도 뒤에 스케줄이 비었으니까 특별히 데려다주는 거야~
허.. 필요 없거든요~ 바쁜 거 다 아니까 얼른 먼저 가세요~
하? 내가 설마 거짓말하는 걸로 보이는 거? 세나 이즈미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으로 보여?!
아하하, 장난이야 장난~ 스쿠터 타고 데려다주는 건가?
응, 가기 전에 잠깐 들를 곳도 있고 말이야-
들릴 곳..? 어디?
비-밀. 일단 얼른 가기나 하지? 언제까지 여기서 수다만 떨 셈?
그렇게 교실에서 나와 스쿠터에 탄 세나뒤에 타 세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살짝 끌어안자 풍겨오는 좋은 향기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뭔지는 몰라도. 이 상황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한 15분쯤 달렸으려나, 세나는 해변가 근처에 스쿠터를 세우고 내려서 나도 내리는 것을 도와줬다.
.. 들린다고 했던 곳이 여기야?
그럼 여기겠지 어디겠어-?
말 좀 이쁘게 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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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멍을 때리던 중 세나가 말을 걸어왔다.
카논, 그.. 저번에 보건실에서 화내고 나가버린 건 미안해.
너한테 화난 건 아니었고 그때 좀 예민해서 그랬었나 봐-
아, 아니야~ 뭐 그럴 수도 있지.. 다리는 좀 괜찮아?
응, 누가 잘- 소독해 준 덕분에 거의 다 나았어-후후.
그건 세나가 잘못한 거지~!! 누가 말을 그렇게 하래!
하아? 대드는 거? 정말 건방져.
.. 하여튼, 그...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 응, 뭔데? 괜찮으니까 말해봐~
세나가 나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민 배경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아,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 나와 세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때 네가 흘러가듯이 고백했을 때 사실 엄-청 놀랐어♪ 이 바보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나 싶었다고-? 근데 순간 나도 모르게 장난스럽게 대꾸한다는 게 그렇게 거절의 말을 해버렸어.
그 이후로 학교에서 널 찾아보기도 했는데 네가 잘도 피해 다녀서 고생 좀 했지-. 그때쯤부터 꽃을 토하기 시작했는데, 그 꽃을 보자마자 카논 너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으응..? 세나, 그게 무슨 소리야..?
하? 이래도 이해 못 한 거?
완전 짜증 나.....
.. 좋아한다고. 그 누구보다도,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네가 제일 좋아. 어쩜 '좋아한다'를 넘어서 '사랑한다'가 더 맞을지도 몰라. 너와 있는 순간만큼은, 나이츠로서 일을 하더라도 사실은 명백한 너만의 기사가 되어주고 싶어. 미오리 카논만을 바라보고, 지키고, 사랑해 줄 수 있는 너만의 기사가 되어주는 걸 허락해 줘.
뭐지, 내가 지금 뭘 들은 걸까.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세나의 말이 끝난 순간 정신이 멍해지면서 사고회로가 멈춘 듯했다. 얼굴이 미친 듯이 달아오르면서 기분도 덩달아 더 미친듯이 달아올랐다.
.. 조금 더 평범하게 고백할 순 없는 거야~?
윽.. 불만이야?! 이 세나 이즈미가 고백하는 거라고~?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후후, 알아~ 누구보다도 잘 알아.
나도 좋아해 세나, 그 누구보다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 사랑해.
정말로.... 진짜 정말로 너무 좋아해...
아, 나 울고 있나?
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 눈시울이 뜨겁고 시야가 흐려진다.
ㅎ, 하아..? 너 울어??
안 울어 안 우는.. 읍.
어? 속에서 무언가가 나오는듯한 기분.
또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우읍..!
그렇게 내 입에서 토해져 나온 것은 다름 아닌
.. 백합..?
은색 백합이었다.
얼핏 보면 세나의 머리카락을 닮은 듯한 은빛의 백합이었다.
아아, 병이 나았구나.
6월 20일, 뜨거운 여름날의 바다 앞에서, 나와 세나의 병은 깨끗이 치료되었고,
우리의 사이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그 어느 사이보다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일반적인 친한 오빠동생 사이가 아니라 '연인'으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갈 차례이다.
백합 꽃말-당신과 함께 있으니 꿈만 같아요, 순수한 사랑, 깨끗한 사랑, 변함없는 사랑.